획정위 찾은 농어촌 의원 "게리멘더링이라도 해 농어촌 살려야"

[the300]"농어촌, 고유의 특성과 현안 있어…인구 기준만 따져선 안돼"

박경담 기자 l 2015.09.11 23:18
김대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4차 전체회의 '제20대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주재하고 있다. 여야가 참여하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요청한 획정 기준 및 의원 정수를 확정 시한(13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이날까지도 의견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 획정의 전제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 기한인 오는 10월13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계획대로 공청회를 열고 국회의원 정수 및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또는 그 비율, 선거구 획정 기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확보 방안 등의 의제를 다룬다. 2015.8.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내년 20대 총선에서 적용될 '총선룰'과 관련, 농어촌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 할 것을 요청했다. 농어촌 선거구 축소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라고 결정하면서 인구 수가 많은 도시 지역 선거구는 증대, 인구 수가 적은 농어촌 지역 선거구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서울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 관련,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 방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이하 농어촌의원모임) 소속의 장윤석·황영철 의원(새누리당), 이윤석·박민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참석했다. 

농어촌의원모임은 선거구획정위에 △농어촌 선거구 감소 최소화 △자치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 적용 △농어촌 특별 선거구 도입 등을 요구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지키기 위해선 (자치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은 최소한 범위 내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며 "획정위가 최소한 4개 행정구역에 1개의 선거구를 두는 농어촌 특별 선거구를 도입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언급했다. 

장 의원은 "(현행 의원 정수인) 300석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 축소를 받을 수 없다면 최소한의 정수 증원이 필요하단 얘기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해야 한다"며 "획정위가 정수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다면 입법부에 과감하게 제안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왼쪽 두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왼쪽 세번째)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농어촌 지방 선거구 의석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요구'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5.9.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은 당의 황영철 의원은 "선거구 획정과 비례·지역구 의석,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문제 모두를 담은 지도부 간 회담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고 (그렇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당 의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할 때 '벼랑 끝 협상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여야) 서로가 밀리고 밀리다가, 자기 의견을 주장하다 결국 조금씩 양보하고 얻어가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어촌 지역은 고유의 특성과 현안이 있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선거구 의원의 특성을 고려해 단순 인구에 따른 획정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며 "인구수 뿐 아니라 선거구 면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촌 지역 고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역구 획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며 "농어촌 지역 대표성은 비례대표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다. 해당 지역 의원이 아니라면 농어촌 현실을 이론적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이윤석 의원은 "헌재 결정대로 (인구 편차를) 2대 1로 결정하게 되면 수도권이 112석에서 134석으로 증가해 전체 지역구 의원의 54.4%를 차지하게 된다"면서 "농촌과 어촌에 필요하다면 게리맨더링이라도 해서 힘들어하는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석 수와 의원 정수 문제를 두고 자신의 당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의원 정수 증대 불가에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 수에 대해 새누리당은 축소를, 새정치연합은 최소한 현행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황 의원은 "지역구가 늘어나는 비율만큼 비례대표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 의원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비례대표를 대폭 축소해 농어촌과 지방에 여러 의석을 배분해야 하지 않겠느냐. 정수 문제도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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