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등가성 역주행-게리멘더링"…선거구획정 반발 후폭풍

[the300]선거구 잃은 황영철, 출마고심-장윤석 "위헌일 것"

김성휘 기자 l 2016.02.29 14:54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강원도 의회 관계자들이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6.2.28/뉴스1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결과 농어촌 선거구 일부가 사라져 해당 지역이 반발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28일 제시, 국회 안전행정위가 당일 밤 의결한 획정안에 따르면 경북에서 2곳, 경남에서 1곳,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곳 선거구가 사라진다. 강원에서 홍천·횡성 선거구가 인접 지역구에 흡수되고 충남에서는 공주와 부여·청양이 합쳐 하나의 선거구가 된다.


이를 두고 수도권 표의 가치가 과소평가, 농어촌이 과대평가된다는 게 재획정의 주된 이유였지만 획정 결과 농어촌이 과소평가됐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결정이 지나치게 늦어져 선거까지 준비가 촉박하다는 현실적 불만도 고조됐다.


"표의 등가성, 헌재 결정에 역주행"=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경북 영주)은 29일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20대 총선 선거구가 헌재에 가면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역주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헌재는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존 선거구별 인구가 최대 30만명~최소 10만명이었다면 이를 최대 28만명~최소 14만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재획정 결과 인구상한 초과지역은 28만명에서 넘치는 부분만 덜어낸 것이 아니라 둘로 분할, 순식간에 하한선 14만명에 근접하게 됐다. 반대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통폐합, 인구 상한선에 육박한다.

최다 인구 선거구는 27만8982명의 전남 순천시다. 상한선 28만명에 불과 100여명 모자란다. 경남 밀양·창녕(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의령·함안을 합치면 27만여명으로 상한선에 가깝다. 영주·문경·예천은 약 23만명이다.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서 1표당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장윤석 의원은 "인구편차를 2:1로 바꾸라 한 것을 거꾸로 1:2로 바꾼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룡 선거구 탄생…게리멘더링 비판도= 강원 철원·양구·화천·인제에 홍천을 합하면 6634㎢로 서울시 전체면적인 약 600㎢의 10배가 넘는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에 횡성을 붙인 면적도 5112㎢다. '공룡'이나 '매머드급'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이 지역을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긴다.

경대수(증평·괴산·음성·진천)·박덕흠(보은·옥천·영동) 의원을 비롯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29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괴산군과 남부 3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되는 것은 지역주민의 정서가 고려되지 않은 최악의 게리맨더링 선거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2.29/뉴스1

선거구가 넓으면 넓은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불만이 고조된다. 더 넓은 지역을 뛰게 된 예비후보들은 현역과 정치신인간 활동 조건 격차가 더 커진다고 보고 잇따라 비판 회견도 가졌다. 자신의 선거구가 사라진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홍천·횡성)은 새 지역구 출마나 총선 불출마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남 의령·함안·합천은 조현룡 전 의원이 철도비리 관련 의원직을 상실, 국회의원이 없는 채 20대 총선을 맞는다. 정치신인들은 해볼 만하다며 뛰어들었는데 선거구가 찢어지면서 어느 한 쪽의 현역 의원과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지역사정을 고려하지 않거나 정당 간 이해를 나눈 '게리멘더링'이란 지적도 있다. 충북 경대수·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구획정을 비판했다. 선거구가 줄지는 않았지만 증평·진천·괴산·음성(경대수)에서 괴산을 분리, 보은·옥천·영동(박덕흠)과 합치게 됐다. 경 의원 고향이 괴산이다.


수원의 선거구는 갑·을·병·정 네 곳에 '수원무'가 추가돼 5곳으로 늘어난다. 수원정에 출마하는 박원석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영통1동과 영통2동을 각각 수원정, 수원무 선거구로 편입했다"며 "지역내 제1야당 후보들의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하고 그 대가로 여당은 다른 선거구에서 반대급부를 받은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불출마하는 부산 중동구는 인구감소 등 시대변화를 이기지 못해 중구는 영도구와, 서구는 동구와 각각 합친다. 영도구는 김무성 대표, 서구는 유기준 의원 등 여당 중진의원 지역구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됐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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