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근본대책 마련해야"…농해수위 '쌀 예산' 진통

[the300] 농해수위 "직불금 예산 확대보다 시장격리 확대·방출 중단 필요"

박다해 기자 l 2015.10.22 14:39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회원들이 20일 오전 전남 영광군 대마면 복평리 한 논에서 쌀수입 중단, 쌀값 폭락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트랙터로 2150여㎡ 논을 갈아엎고 있다. /사진=뉴스1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쌀소득보전 변동직불금'과 '수입양곡대'예산이 2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액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국내 쌀값이 하락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보조금 성격의 직불금 예산과 쌀 수입을 위한 예산만 늘린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쌀소득보전변동직불금' 예산은 4193억원이다. 쌀 직불금은 수확기 평균 쌀값이 목표가격에 미달해 농가소득이 감소할 때 지원해주는 보조금이다. 농해수위 전문위원은 당초 쌀값 전망치(15만 8600원)보다 현재 쌀값이 16만 3000원으로 오른만큼 해당 차액을 반영, 547억원의 감액이 필요하단 의견을 밝혔다.

이에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이 "쌀이 벌써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져있는 상황으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쌀값 추이를 보고 결정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오히려 쌀값하락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쌀을 사서 보관하면 (쌀값이) 안내려가는데 아무 대책도 없다"며 "지난해보다 (정부가) 더 수매하겠다고 하면 쌀 직불금을 안 나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쌀값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밥쌀도 가장 싼 가격으로 지금도 방출하고 있다"며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 직불금으로 메꿔주면 된다는 생각 바꾸고 밥쌀 방출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풍년이 이어지면서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쌀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보조금에 불과한 쌀 직불금 예산을 늘리기 보다 추가 시장격리 등 공공비축미 물량 관리를 통해 쌀값을 유지하는 책을 펴달라는 것.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도 "지금 농촌 산지 쌀값은 4만 4000원까지 떨어져있다"며 "변동직불금을 깎니 보태니 하는 것은 국회도 정부도 허수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생산자의 피해를 보전하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규성 의원은 "지금 예산을 삭감해도 (직불금 예산이 모자랄경우) 예비비를 투입할 수 있어 (직불금 지급에 대한) 걱은 없지만 정부가 예산은 늘려놓고 아무 노력도 안하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쌀값을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지 쌀값을 떨어질 걸 맞춰놓고 이렇게(직불금 지급) 하겠다는 걸로 (예산이) 올라오니까 화가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이 "시장격리 등의 대책을 논의 중이고 정부가 쌀을 방출한다고 해서 쌀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반대하면서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밥쌀용 쌀과 가공용 쌀을 수입하기 위한 '수입양곡대'예산 감액심사에서도 비슷장면이 되풀이됐다. 당초 밥쌀 수입을 위한 예산으로 3470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농해수위 측은 밥쌀 수입금지를  전체 수입계획량 12만톤에 밥쌀보다 저렴한 가공용 쌀 단가만 적용하고 이 때 발생하는 차액인 240억원을 삭감해야한단 의견을 내놨다.

농식품부는 쌀 관세율 513%를 관철하기 위해 일정 물량의 TRQ(저율관세할당) 밥쌀수입을 계속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농해수위는 쌀 관세화를 결정하면서 밥쌀 수입 의무가 사라졌는데도 정부가 밥쌀을 지속적으로 수입, 오히려 국내 쌀값을 하락하게 만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규성 새정치연합 의원은 "올해처럼 풍년이 들었을 땐 밥쌀용 쌀 수입을 안하는 것이 맞다"며 "관세율은 일정한 룰(rule)에 의해 정부가 발표한건데 (승인이 안되는건) 정부의 협상력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 역시 "밥쌀 수입 의무가 없어진데다 작년에도 쌀값하락으로 쌀 농가가 어려울 것이 예상돼 밥쌀이라고 표걸 없애고 (밥쌀과 가공용쌀을 모두) 일반쌀로 통합해서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는데 여전히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수기만이라도 밥쌀 수입을 중단하고 쌀 추가 시장격리를 실시하라"며 "그런 것도 확답 못하는 정부에게 어떻게 밥쌀 수입 예산을 승인해줄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이에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지금 관세율 검증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밥쌀 수입 안한다는 식의 입장이 전달되면 협정문 상 의무조항이 붙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그 땐 저희들이 족쇄치고 제도를 운영하게 될 문제가 있다. 융통성 갖고 상황에 맞게끔 수입할 수 있도록 정리해달라"고 촉구다.

예산심사소위원장인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농식품부가 쌀 관세화 여부, 관세율, 밥쌀 수입여부 결정 등을 다 독단적으로 했는데 뭘 믿으란거냐"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정부안을 존중야한다고 맞서면서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쌀값 정책을 두고 농해수위와 농식품부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예산소위는 해당 사업 예산심사를 보류한 채 다른 증액사업을 우선 심사키로 했다.

한편 박민수위원장은 심사에 앞서 "감액요구사업을 일단 먼저 보고 그에 맞게 증액요구 사업을 맞춰보자"며 '증액 연계 감액'방식으로 심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농업예산을 무작정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더 편성하겠다는 것.

박 위원장은 또 "전략적으로 농업정책이나 농업예산 가운데 꼭 확보해야할 것들을 정리해서 순증액 의견으로 내겠다"고 밝혔. 이어 "농식품부 예산은 세입 확보를 못해 이월이나 불용이 많이 발생한다"며 "세입과 세출을 과다 추계되는 문제를 어느정도 현실화시킬 것이냐가 논란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심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