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5개월만에 정책위의장 사퇴…"결단 재촉 의미"

[the300](상보)임시국회·총선준비 앞둬 "다 내려놓으면 누가 일하나"

김성휘,최경민 기자 l 2015.12.10 10:23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5.12.10/뉴스1

예상된 수순이었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0일 정책위의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정책위의장에 임명된지 5개월만이다. 정당의 총선 공약을 다듬는 최일선에 있는 정책위의장이 공석이 되면서 문재인 체제도 부담을 하나 더 안게 됐다.

최 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짧게 하겠다"며 준비된 사퇴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당의 분열과 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대표성과 책임성은 비례한다"며 "명료한 책임의식으로 강력한 정치적 결단에 대한 강력한 재촉의 의미로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즉 문재인 대표의 사퇴 등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러닝메이트로 함께 선출되는 새누리당과 달리 현재 새정치연합에선 당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임명한다. 전임 강기정 정책위의장에 이어 최 의장을 임명한 것 자체가 비주류를 배려한 탕평의 일환이었지만 비주류 인사가 주요당직을 맡았다는 구조적인 상황은 또다른 불씨가 됐다.

최 의장은 그동안 정성호 민생본부장, 최원식 원내부대표 등과 함께 문 대표측과 거리를 두는 비주류 당직자 그룹을 형성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들은 주류를 견제하면서 목소리를 내 왔다.

주류·비주류 갈등이 악화되며 최 의장의 당직 사퇴는 시기의 문제로 여겨졌다. 주승용 의원이 앞서 8일 최고위원직을 던졌고 최 의장도 사퇴를 고심했다. 문재인 대표는 9일 비공개 최고회의 도중 "당직자가 당무를 거부한다면 당직사퇴가 맞다"며 이른바 비주류 당직자들에 경고했다.

원내 핵심당직자가 물러나면서 문재인 대표 지도부도 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주승용·오영식 의원 등 최고위원 2명이 빠졌고 정책위의장이 물러났다.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관계도 최악이다.

지도부가 붕괴 위기의 벼랑끝에 선 가운데 원내 현안 처리와 정책방향 수립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최 의장의 사퇴 멘트 후 "다 내려놓으면 누가 일할지 참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의 정책위의장 성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각종 쟁점법안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의욕만 넘쳐 아무 성과도 못내기보다 큰 흐름을 짚으면서 합리적으로 일했다는 시각이 당내에 있다.

정치적으로 크게 주목된 데 비해 정책적인 면은 부각되지 못했다고 보기도 한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콤비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됐지만 정기국회를 마친 결과 이종걸 원내대표의 대여 협상력은 당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 의장이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던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협상, 가계부채 대책 등 미완의 과제도 남았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의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최 의장은 이날 "당의 분열과 혼돈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 예외일 수 없다"며 "명료한 책임의식으로, 정치적 결단에 대한 강력한 재촉으로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2015.12.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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