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도 비박도 "개헌"…정세균 점화·남경필 깃발

[the300]김성태 "김무성도 논의에 뛰어들 것"-靑 신중론 여전

김성휘 기자 l 2016.06.17 05:55
정세균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 의장은 "개헌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6.16/뉴스1

정치권에 개헌론이 급속도로 '봉인해제'되면서 정파와 정당을 가리지 않고 개헌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이 개헌론을 주도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일부도 개헌에 동조하는 신호를 내보이고 있다. 단 청와대와 친박주류는 여전히 개헌론 확산에 부정적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며 사실상 공론화에 불을 붙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곧장 여기에 화답했다. 국민의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가 "저도 개헌론자"라며 "개헌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사흘 뒤인 16일 정세균 의장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에도 개헌론이 최대 관심사였다. 정 의장은 개헌 성사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말을 아끼겠다고 했지만 20대 국회 내 가급적 전반기에 했으면 좋겠다며 시기도 제시했다. 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듯 각 교섭단체 정당 지도자들과 논의해 공감대를 만드는 게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방법일 것"이라며 "이 문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겠다"고 말했다.

19대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이끌었던 원혜영 의원은 20대 국회에 모임 재결성을 추진한다. 그는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국민 요구가 커진 상태에서 개헌을 적극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300명 의원에게 모임 동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부겸 더민주 의원도 한 인터뷰에서 협치와 권력분산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며 대선 출마자들이 각각 개헌을 공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사혁신처-경기도 간 인사혁신 상호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2016.6.13/뉴스1

여권에도 개헌론에 불이 붙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5일 "이제는 대놓고 (개헌을) 얘기할 때가 됐다"며 "내년 대선에서 대논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논의에 수도이전 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심을 모았다. 기득권 타파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가까운 '비박' 김성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국회 차원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 김 전 대표도 개헌논의의 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대표, 남 지사등이 비박 성향이라면 헌법학자로서 친박계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개헌을 지지하고 나섰다. 친박계가 개헌에 동조한다면 개헌추진모임 참여 의원은 19대 국회 때의 154명을 넘길 수 있다.

이처럼 개헌논의가 여야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배경으로 달라진 정치환경이 꼽힌다. 원혜영 의원은 "국회에 영향을 미치는 집권세력 즉 청와대의 힘이 약화되고 있고 차기 권력도 확정돼 있지 않다"며 "분권을 중심으로 국가 운영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원들의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여전히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개헌에 대한 입장이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개헌을 두고 분화 조짐이 있다. 정종섭 의원처럼 개헌지지론이 있는 반면 홍문종 의원은 "개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정치는 '올스톱'"이라며 "개헌보다 노동법 문제 등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혜영 의원으로부터 개헌모임 동참을 요청 받은 서청원 의원도 "논의할 때가 됐다고는 본다"면서도 "깊이 생각 안 해봤고 의견도 더 들어볼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한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국민 공론 없는 여의도만의 개헌논의는 의미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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