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소용돌이에 與도 野도 내홍 몸살

[the300]][런치리포트-사드배치, 갈라진 여론④]

심재현 최경민 기자 l 2016.07.13 17:26

정부가 13일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해 내년 말부터 실전운용하겠다고 확정 발표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내부 균열이 빚어지고 있다. 당론을 두고 양분됐던 더불어민주당은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반대 표명을 계기로 내홍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집권 새누리당에서도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민심 수습을 위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당·정·청 엇박자가 불거질 조짐이 엿보인다.

문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며 그동안 안보 이미지 쇄신과 당 외연 확장을 주도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략적 신중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사드배치 같은 중대사가 국회 동의 없이 SOFA 협정 내에서 정부 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국회는 SOFA 협정 개정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 차원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새누리당이나 반대 입장을 확정한 국민의당과 달리 더민주는 당론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했지만 김 대표가 신중론을 펴면서 당론 확정이 불발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실득을 둘러싼 논리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재검토가 되겠냐"며 "사드 문제는 단편적으로 싸우고 찬성이냐 반대냐는 논리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했다.

당내 이견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자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우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원내대책위원회에 향후 대응을 맡기기로 했다. 사드 대응이 당 정체성 논란으로 확대되기 전에 의견을 조율하고 대정부 대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텃밭 민심의 저항에 부딪힌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TK 지역구 의원 21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 집단 반발했다. 사드 부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성명서에는 최경환·조원진·정종섭·김광림 등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민심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당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찬성해온 만큼 입장을 뒤집기는 부담스럽지만 밀양 신공항 백지화로 민심이 들끓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까지 겹치면서 텃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주민들이 오죽하면 대구공항 이전 결정이 TK에 사드를 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의심한다"며 "지역주민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감언이설 아니냐며 시큰둥하다"고 전했다. 이철우 의원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 대선잠룡들의 의견차도 표면화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한미동맹은 강화되지만 한중관계는 악화된다"며 중국의 반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충분한 이유와 대책이 있다면 평택이라도 수용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사드 배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유승민 의원도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면 TK 지역에 배치되더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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