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권리당원 '친문'파워…이대로 주류 굳히기?

[the300]권리당원 투표 주류우세 확실시…비주류 '친문 일변도' 반발 노려

최경민 기자 l 2016.08.23 16:27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추미애, 이종걸 당대표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2016.8.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문(文) 최고위'의 출연이 유력해졌다. 전국적으로 확인된 친노 그룹의 우세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유입된 온라인 권리당원 등의 변수를 고려했을 때 당권 구도 역시 주류에게 유리하다. 비주류측은 막판 표결집에 따른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더민주 내에서는 권역별 최고위원 선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더민주 중앙당은 각 권역에 전당대회 전날인 26일까지 최고위원 인선을 주문했다.

더민주는 서울·제주, 경기·인천, 강원·충청, 호남, 영남 5개 권역에서 최고위원을 뽑는다. 지역별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하고, 해당 권역 내에서 호선을 거쳐 최고위원을 확정한다. 더민주는 지난 9일부터 각 지역 개편대회를 개최하고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했다.

시도당위원장으로는 김영주(서울), 최인호(부산), 임대윤(대구), 박남춘(인천), 박범계(대전), 이형석(광주), 임동호(울산), 전해철(경기), 정영훈(경남), 이개호(전남), 김춘진(전북), 박완주(충남), 도종환(충북), 심기준(강원), 김우남(제주) 위원장이 선출됐다. 경북의 오중기 위원장은 금품제공 의혹으로 인준이 보류됐고, 세종은 사고위원회로 지정돼 이춘희 시장이 시당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대부분이 친노·친문으로 불리는 주류 인사들이다. 김부겸 의원과 가까운 임대윤 위원장과 손학규계인 이개호·김우남 위원장 정도를 제외하면 범주류 일색이라는 평가다. 당연히 차기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가 주류 위주로 구성될 것이 유력하다. 경기·인천과 강원·충청의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범친노 인사이기도 하다.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3개 부문별(여성·청년·노인) 최고위원도 '친문 일색'으로 전망된다. 여성최고위원 후보인 유은혜 의원과 양향자 광주서을지역위원장은 모두 친문 인사다. 청년최고위원 후보인 김병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고, 장경태 서울시당대변인과 이동학 전 혁신위원 역시 범주류다. 당내에서는 "친문 일색을 넘어 독점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당권 경쟁에서도 친문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추미애 의원이 '당선 1순위'로 꼽히고 있어 주류가 당 지도부를 싹쓸이 할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당권 경쟁 구도의 표본으로는 지난 경기도당위원장 선거가 꼽힌다. 주류(전해철 의원)와 비주류(이언주 의원) 구도로 진행된 경선에서 전 의원은 총 64%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압승했다. 대의원 현장투표의 경우 1136표(전해철)와 838표(이언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권리당원 ARS 투표에서 전 의원이 9574표를 얻은 반면, 이 의원은 4321표에 그쳤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온라인 당원가입 시연을 보이고 있다. 2015.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리당원의 표심이 주류에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문 전 대표 시절 10만명 넘게 가입한 온라인 당원들 중 3만~5만명이 권리당원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 대폭 늘어난 셈이어서 권리당원 투표에서 친문 후보의 강세가 확실시된다.

당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ARS 투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대의원 현장투표(45%), 일반당원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25%)도 있지만, 권리당원 ARS에서 친문 후보에 대한 '몰표'가 나온다면 팽팽한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다만 당대표 경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에는 이르다. 주류의 우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친문 그룹의 표는 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두 명에게 나눠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반해 이종걸 의원은 '비주류 단일후보' 명분으로 경선에 참여하고 있어 표분산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최고위원이 사실상 주류 일색으로 확정된 점도 변수다. 당내에 '일방통행'에 대한 경계가 번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당권까지 친문 인사가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확장될 수 있다. 비주류표의 결집이 확실하게 일어난다면 이 의원에게 기회가 갈 수도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예비경선에서 2강으로 꼽혔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된 것을 볼 때 예상과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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