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친화력..야당도 녹인 임종석의 '100일'

[the300]Mr.스마일, 국회 보고에서도 돋보여 "임종석 낙점, 아직은 성공적"

최경민 기자 l 2017.08.23 16:11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임종석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송구한 마음과 함께 이해를 구한다"고 입장을 밝힌 후 단상을 내려와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7.05.26.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비서실장께서 대전·충남에 각별히 신경쓴다고 했는데, 충북도 있습니다."(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충북은 이미 많이 (등용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의 첫 번째 국회 업무보고인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야권이 '맹폭'을 예고했지만 정작 청와대와 야당 의원들 간의 마찰은 없다시피 했다.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임종석 실장이 '애드립'도 주고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과 함께 자신도 100일 근무를 넘긴 임 실장의 친화력과 달변이 돋보였다.

이날 운영위는 여야가 회의진행과 관련해 설전을 벌일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했다. 당초 야권은 5대 인사 배제원칙(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후퇴를 물고 늘어질 기세였다. 정 원내대표도 운영위 개회를 선언하며 "인사청문과정에서 드러났듯, 인사를 부실하게 검증했다"고 청와대 측에 날을 세웠다. 

막상 시작한 운영위에선 임 실장의 답변과 태도가 돋보였다. 우선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하면서도 고개를 숙일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숙였다. 

임 실장은 인사 문제에 "어느 때 보다 높은 기준에서 보려고 노력했다"며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의 경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자성한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의 경우 "류영진 식약처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국민의 염려를 키운 것은 유감"이라며 "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책을 세우는 게 급해보인다. 좀 더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야권의 '자극'에 몸을 낮추거나 무반응을 하면서 '확전'을 막기도 했다. "비서실이 자중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다른 말을 늘어놓지 않고 "말씀하신 취지에 대해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인사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늘 두려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너머에 있는 민심을 읽으려 늘 노력한다"고 답했다. 

야당에서 "운동권적 시각이다. '우리는 당당하고, 선이고, 무조건 옳다'는 것"이라며 "이런 인식을 갖고 정치하면 되겠나"라고 질타한 것에 대해서도 따로 반응하지 않고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운동권의 '아이콘'이었던 임 실장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임 실장은 무덤덤하게 넘기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오히려 국회에 인사청문제도 정비, 5·18 진상규명 특위 구성 등을 제안하며 야당과 협치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가 정회되자 정우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7.8.22/뉴스1

'충남충북' 애드립도 나왔다. 앞서 대전 중구 지역구의 이은권 한국당 의원이 이번 정부 인선에 대전 지역 인사들이 지나치게 소외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임 실장이 "같은 걱정을 다른 의원들께도 들었는데 균형잡힌 인사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충북 청주시상당구 지역구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대화가 이어졌다. 좌중에 웃음이 퍼졌다.

과거 학생운동권 시절부터 유창한 언변에 더해진 수려한 외모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임 실장이다. 청와대 입성 후에는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기도 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을 유지할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웃음띤 얼굴을 최대한 보이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했으나 날선 질의에 특유의 친화력을 섞은 답변으로 대응하며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임 실장은 임기초 청와대의 중심을 나름대로 잘 잡아왔다. 정권의 '실세'라고 할 만한 위치에 있지만 각종 회의에서는 농담을 주도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자처한다.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갔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소통형 청와대' '일하는 청와대'의 간판으로 걸맞은 활약이라는 평가다.

각종 논란에 정치인 특유의 감각도 발휘한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거취가 거센 논란에 휘말리자 핵심 참모들은 '안 되겠다'고 판단, 문 대통령에게 직언했다. 그 중심에도 임 실장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웃을 수 있나 싶을 정도"라며 "특유의 친화력에 바탕한 리더십에 깜짝 놀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서실장에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낙점한 것은 아직까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2017.8.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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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석
    (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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