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4·13]이재오 6선 도전…임종석·김제남 '제2 문국현?'

[the300]진보정당 강세지역…역촌동? 대조동? 선거구 획정 결과 주목

지영호 기자 l 2015.12.17 05:44


은평을 현역의원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은평갑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서울 최다선 의원이다. 20대에서 당선되면 6선이다. 현역 의원 중 6선 이상은 새누리당 강창희,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 3명 뿐이다. 야권에서는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지사와 김제남 정의당 의원(비례대표)가 이의원의 아성에 도전한다.

◇이재오의 힘, '6선' 가능할까?=

현역의원중 유일하게 다섯번이나 한 지역에서 선택을 받았지만 이재오 의원에게도 두번의 아픔이 있다. 14대에서 민중당 간판으로 3위를 차지한 적이 있고, 18대에선 문국현 바람에 밀려 낙마했다. 하지만 문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보궐선거를 통해 18대에도 이름을 올렸다.

19대에서 나꼼수 MC 였던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문으로 승리를 따낸 노원갑 이노근 의원과 강남 성향으로 분류되는 용산의 진영 의원을 제외하면 강북에서 확고한 여당 지지기반을 만든 의원은 서대문을에서 3선을 거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이의원 뿐이다.


지난 19대에선 천호선 정의당 대표에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천 대표는 48.4%를 득표하고도 1.1%차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경선 과정에서 전략공천에 반발한 고연호 통합민주당 후보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지역 내에서 그의 지지기반이 되어 준 '은평뉴타운'은 양날의 칼이다.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열풍을 타고 한나당이 휩쓸었지만 정작 그는 문국현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로 평가받던 은평뉴타운이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7년동안 멈춰선 중심상업지구 알파로스 개발사업이 재개된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는 19대에서 뉴타운 중심상업시설 조기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내 경선에서 이 의원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재길 은평미래연대 대표와 임승업 전 서울시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임종석 '명예회복', 김제남 '진보강점'…통합 변수=
이재오 의원의 6선을 저지할 유력 후보로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꼽힌다. 서울시의회가 폐회되는 21일 이후 정무부시장에서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부시장은 16~17대에서 서울 성동에 출마해 두번 당선됐다. 18대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서 46.67%를 얻었지만 김동성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9대에서선 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그는 앞으로 '성동을'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야인으로 돌아갔다가 대법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무죄를 확정받고 1000만원의 국가배상판결도 받아냈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시 정무부시장으로 복귀했다. 20대 총선은 그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무대인 셈이다.

임 부시장이 3선을 위해 은평을을 선택한 배경엔 여당 거물인 이재오 의원과 상대한다는 명분이 있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 논란에 휘말린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핵심측근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전현직 서울시장과의 인연으로도 얽혀있어 흥행 요소도 갖췄다.

이 의원과는 과거 운동권 선후배로도 인연이 깊다. 전대협 의장 시절 재야단체에서 활동한 이 의원에게 도움을 받았고 원내에 들어와서도 조언을 구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임 부시장이 이 의원과의 빅매치를 성사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살 소동' 당사자인 고연호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과 이 지역에서 두번이나 출마한 송미화 전 서울시 의원이 지역 내 지지기반을 등에 업고 버티고 있다. 당사자가 수긍하지 못할 경우 제2의 '기동민-허동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진욱씨와 강병원씨도 나란히 은평을에 도전장을 내던졌다.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의 야권 단일화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단일화에 실패하면 이재오를 넘어서기 어렵다. 김 의원은 6월부터 은평을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지역기반을 닦아온 터다.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특히 은평을은 진보정당에 다른 지역보다 많은 힘을 실어줬다. 정당득표로 보면 18대에서 창조한국당은 은평구에서 10.9%를 얻어 평균(4.5%)보다 두배 많은 표를 얻었고, 19대에서 통합진보당도 14.1%를 획득, 평균(10.5%)을 훌쩍 넘었다.


◇역촌동이냐 대조동이나…선거구 재획정 관심= 은평구 선거구는 남쪽의 갑과 북쪽을 을로 나뉘어있다. 이미경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은평갑은 녹번동, 응암1동, 응암2동, 응암3동, 신사1동, 신사2동, 증산동, 수색동이 있고, 이재오 의원이 현역인 은평을은 불광1동, 불광2동, 갈현1동, 갈현2동, 구산동, 대조동, 역촌동, 진관동이 포함돼 있다.

은평구의 인구는 8월 기준 은평갑 20만2000명, 은평을 29만7000명 정도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편차는 2대1을 넘어설 수 없는데, 은평을의 인구가 2배수 기준을 넘어설 공산이 크다. 때문에 1개동을 은평갑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

연접지역 기준임을 감안하면 역촌동과 대조동이 유력하다. 역촌동의 인구는 4만9246명, 대조동은 3만2812명이다. 양쪽 모두 넘겨주더라도 인구 균형이 맞는다. 1~2동으로 나뉜 불광동은 불광1동만 떼어주기 어렵다.

쟁점은 어떤 동을 은평갑에 넘겨주느냐다. 은평을 당선자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어서다. 역촌동과 대조동은 지지 성향별 온도차가 크다.

역촌동은 진보성향이 강한 곳이다. 19대에서 역촌동은 천호선 후보를 1만107표를 몰아준 반면, 이재오 후보에게는 8958표만 챙겨줬다. 반면 대조동은 진보와 보수의 기세가 엇비슷하다. 대조동은 이 후보(6268표)와 천 후보(6560표)에게 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이 후보는 천 후보에게 1459표차 신승을 거둔바 있다.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역촌동은 문재인 후보에 박근혜 후보보다 3300표를 더 몰아줬다. 대조동은 문 후보에 1836표를 더 주는 데 그쳤다.

선거구 획정위가 진보성향이 강한 역촌동을 은평갑에 떼어주게 되면 은평을에 출마하는 여당 의원이 유리해진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지지율이 비슷한 대조동을 넘겨주면 야당 의원이 할만해진다.

◇은평을 예비후보 예상자=이재오(70·새·국회의원), 유재길(46·새·은평미래연대 대표), 임승업(60·새·전 서울시의원), 강병원(45·민·전 청와대 행정관), 고연호(51·민·지역위원장), 김진욱(46·민·부대변인), 송미화(53·민·전 서울시의원), 임종석(49·민·전 국회의원), 최창환(53·민·서울시청 정무수석비서관), 김제남(52·정·국회의원), 최승국(49·무·환경운동가)

은평을 지역현안 중 하나인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역 복합개발사업(옛 알파로스 개발사업) 부지 및 은평뉴타운 일대./사진=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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