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확대"…법 개정 신중 검토(종합)

[the300]김정훈 "황제경영·불법 피해 없도록 법 허용 내 최대한 행사"

이하늘 정영일 심재현 김영선 기자 l 2015.08.10 18:13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왼쪽 두번째)이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 두번째)과 롯데그룹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새누리당과 정부가 재벌기업들의 합리적이지 않은 경영으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최대한 확대하는 정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따른 우려를 고려, 현행법 상의 '소극적 주주권'을 최대한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과 국민연금공단은 10일 정책협의를 통해 국민연금의 기업 지분 현황 및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현황을 공유했다. 또한 최근 롯데 경영권 분쟁 등 기업의 불합리한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당정 "주총참여·의견개진 통해 재벌 불합리 경영 감시·통제"

이날 회동에 참석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이 법률상 계약 때문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렵지만 재벌의 문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소극적 주주권 행사를 최대한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이날 회동에서 "롯데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기업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향후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미 국회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권한을 더욱 능동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복수 법안이 논의중에 있다. 

김재원(새누리)·이상직(새정치) 의원은 2012년 6월과 9월 각각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들 법안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존 법에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의무와 범위, 공시 부분'에 대해 규정토록 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관련 정부부처의 반대로 3년째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주주권 행사 의무는 법에 명시하는 것보다 개별 사안별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경영에 대한 과잉 개입은 지양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 역시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의 기준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사전연구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체계 개선을 통한 독립성 확보 이후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정, 법개정은 신중…주주권행사는 확대

이에 새누리당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연금이 최대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이를 확대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소극적 주주권 개념을 명확히 해서 황제경영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도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현행 제도상 허용되는 소극적 주주권 행사에 해당한다"며 롯데사태를 비롯한 향후 재벌기업의 비합리적인 경영에 대해 의결권 행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보유주식 5% 이상 확보 시 공시 및 6개월 이내 단기차익 발생 시 반환 의무 등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법 개정 역시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사회주의란 연기금이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면 결국 연기금의 주인인 노동자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을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처음으로 언급했다.

홍 본부장 또한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상 단기차익 관련 대량보유 공시 등 법적 규정에 따라 국민연금이 적극적 경영 참여에 나서면 기금운용 노출과 추격 매매로 인해 운용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는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으로 인해 자칫 국민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여당이 이날 사실상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침을 철회한 것도 자본시장법 상 국민연금의 한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극적 주주권 행사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적극적 행사는 이사 해임 주주총회 소집, 주주 대표 소송, 회계장부 열람 등을 포함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단일 기업 보유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주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는 이를 공시해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면 6개월 내 주식을 매매해 단기차액이 발생하면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 역시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현행법 안에서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연기금은 투자정책서(IPS)에 모든 자산군에 대한 책임투자(ESG)를 고려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이같은 정책서를 마련하면 더욱 확대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도적으로 국민연금이 충분히 주주권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주주권 행사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주 입장에서 의결권 행사할 지 국민연금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도 "국민연금은 다수 주요 기업의 지분 7% 이상을 보유한 만큼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대주주로서 기업에 주가 회복 계획을 문의하거나 요청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법을 별도로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현행 제도 안에서도 대주주로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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