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학살 '죽은 자들의 반란'…'무소속당' 최대 변수

[the300]교섭단체 구성 가능할 정도…국민의당 '이삭줍기'

지영호 기자 l 2016.03.17 10:07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현역 의원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무소속 군단'이 20대 총선에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7일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 20명 정도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고민 중이다. 정당은 다르지만 규모만 보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정도여서 총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 거셀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선 경북 구미을의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환 의원(3선)이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서울 은평을의 친이(친이명박)계 이재오 의원(5선)이 무소속 출마를 고려 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만큼 지역 내 후원자·지지자들의 무소속 출마 요구가 높다.

공천에서 배제된 비박 3선의 진영 의원도 이날 탈당을 선언했다. 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가운데 야당 입당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진 의원은 "쓰라린 보복을 안겨줬다"며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설명하는 것도 가슴아픈 일이다. 다 아실거라 믿는다"고 말을 아꼈다.

첫번째 비박(비박근혜)계 컷오프 희생양이 된 울산 울주의 강길부 의원(3선)과 울산 북구 박대동 의원(초선)도 '무소속 울산연대'를 고민 중이다.

친이계 3선의 대구 수성을 주호영 의원은 재심신청이 수용되면서 구제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낙천 가능성이 높다. 앞서 주 의원은 재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친유승민계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조해진 의원(재선)과 경기 성남분당갑 이종훈 의원(초선)도 무소속 출마를 고려 중이다. 특히 이 의원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아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이한구 위원장 등 친박 실세를 겨냥해 '일진놀이를 한다'고 SNS에 올려 아버지의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이 외에도 인천 중동강화옹진의 안상수 의원(3선)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무소속 연대의 중심에는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3선)이 있다. 당이 유 의원에 대한 공천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공천 탈락시 새로운 선거판세가 짜여질 공산이 크다. 컷오프 의원 상당수가 유 의원과의 채널을 열어둔 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친이계와의 수도권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노(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6선의 이해찬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확정했다. '친노 척결의 상징'이라는 정략적 의도로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게 이 의원의 항변이다. 이 의원은 16일 세종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배제 이유에 대해 "내가 친노쪽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비례대표로 선출돼 대구 북구을에서 지역을 다져온 홍의락 의원(초선)은 컷오프되자 곧바로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최근 이 지역구에서 컷오프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을 위로하는 '동병상련'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역 의원이면서 경선 기회를 갖지 못한 강동원 의원(초선)도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본회의장에서 '대선 개표 부정'을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많다.

여기에 서울 동작갑 전병헌 의원,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최규성 의원(이상 3선)이 국민의당 입당과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 은평갑 이미경 의원(5선)도 무소속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보성향 유권자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은 서울 마포을 정청래 의원(재선)이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자녀의 취업 청탁 의혹으로 컷오프된 경기 파주갑 윤후덕 의원(초선)이 처음으로 구제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도 있다.

정치권의 공천 칼바람으로 무소속 출마자 및 출마 예정자가 속출하면서 최대 관심은 국민의당에 쏠려있다. 탈당 의원들을 상대로 '이삭줍기'에 나서면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마친 상태다.

더민주의 공천배제에 반발해 16일 서울 중성동을 정호준 의원(초선)이 합류했고, 이날엔 경기 안산단원을 부좌현 의원(초선)이 추가 입당해 '21석'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광주 북을의 임내현 의원(초선)의 탈당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안정적 의석확보를 위해선 추가 입당이 절실하다. 향후 '교섭단체 구성'을 볼모로 안철수 공동대표 흔들기에 나설 수 있어서다. 국민의당은 이달 28일까지 최소 20석을 유지해야 선거보조금 46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때문에 국민의당은 공천에서 탈락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김영환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16일 "계파정치에 희생된 분들에 대한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더민주에서 계파정치에 물들지 않은 분들, 새누리당에서 개혁적인 분들을 상대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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