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이어진 미르·차은택 의혹'…회의록 삭제' 문예위 도마에

[the300](종합)박명진 위원장 "관례에 따라 삭제"…野 "의혹 여전"

지영호 기자 l 2016.10.11 01:34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의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2016.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인채택 문제로 공전을 거듭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한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미르재단 관련 내용' 등을 삭제한 회의록을 제출한 것이 드러났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박명진 문예위원장에게 "(거듭된 원본 요구에 대해) 문예위 김모 부장이 전화로 '제출된 회의록은 삭제된 내용이 없고, 위원장에게 보고된 사항'이라고 했다"며 "내부 자료와 비교를 하게 됐는데 (2개 회의록에 대해 각각) 14페이지 정도를 삭제하고 줄이고 덜어내고 허위로 축소해서 제출했다"고 폭로했다.

박 위원장은 "여담이었고 안건과 아무 상관없었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삭제했다고 들었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11월6일 회의록 삭제 내용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엽회(경총) 회장의 미르재단 강제모금 성토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5월29일 회의록에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당시 권영빈 전 문예위원장이 회의에서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진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곤욕을 겪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도 의원은 소개했다.

그러면서 도 의원은 "청와대와 문체부가 문예위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예위의 자료제출로 교문위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박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교문위원들의 질책을 받았고, 현장에서 비판도 받았다"며 "뼈아프게 받아들였고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달성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도 의원은 "밤 11시10분 현재 (오전 10시경 재요구한) 3년간 회의록 중 4개만 제출됐는데 이것 마저도 원본의 절반 정도가 누락됐다"고 재차 지적했다. 도 의원은 누락된 자료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유성엽 위원장은 "국회에 보고할 때 뺀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고 질의하자 박 위원장은 "회의록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뺏다고 보고받았다"며 고의적 누락이 아니었음을 분명히했다.

앞서 교문위는 이번 사건을 '문예위의 조작자료제출' 사안으로 보고 엄중한 문책이 뒤따를 것을 예고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허위조작자료를 국회제출한 것은 우리 상임위 차원에서 책임을 물을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누가 삭제해서 위원장에게 허위보고하고 허위제출했는지 전체 위원에게 공개하라"고 전달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사무처장과 본부장 판단사항을 포함한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도 외부 개입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유 위원장은 국감 종료 직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추가 확인을 요청했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6.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화창조융합벨트 '졸속 출범', '예산 불투명' 지적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관련해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광고감독 관련 의혹이 계속됐다. 이날 야당 측 위원들을 중심으로 차 감독과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차 감독과 20여년 이상 친분 관계를 이어 온 송 원장이 차 감독의 특혜를 받아 콘진원장에 취임하고 과거 재직했던 회사에 관련 사업 수주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창조경제' 대표 사업으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출범시킨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업은 현재 콘진원이 맡고 있으며 차 감독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지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월 11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창조융합벨트와 64개 기관 협약식이 있었는데 당시 업무 협정과정에서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어떤 사전·사후 협의도 없었다"며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졸속 출범'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협약식 다음 달인 3월 미래창조과학부 대통령령 개정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명→3명으로 늘어난 점, 4월 차 감독이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된 점을 들며 "실무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약정을 체결한 뒤 차 감독이 본부장으로 취임한다.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위인설관'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5년간 77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배정됐음에도 집행 내역이 투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올해 문화창조벤처단지 예산 225억원, 문화창조아카데미 예산 185억원에 대한 (지출 내역) 자료 제출이 안 되고 있다"며 "(예산 지출 내역은) 오리무중이고 (제출된 자료도) 이벤트성, 홍보성 행사만 나열돼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콘진원이 '콘텐츠 개발과 진흥'이라는 본연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막후 실세로 불리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며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창조경제'를 빙자한 '빛좋은 개살구'로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산하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2016.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성각 콘진원장 취임에 '차은택 특혜' 의혹 제기돼

송성각 콘진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차 감독과의 개인적 친분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손혜원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차 감독이)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를 콘진원장으로 앉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손 의원은 이날도 "콘진원장 공모 심사 내역을 보면 (송 원장은) 1, 2차 심사에서 2등, 3등 했는데 원장이 됐다. 유독 송 원장에게 점수를 많이 준 박영국 당시 문체부 국장은 이후 해외문화홍보원장으로 영전했다"며 "파격적인 점수를 받고 1등을 제쳤는데 차 감독이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없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 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차 감독과) 한 때는 아주 친했다"면서도 "(차 감독 역할이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송 원장이 콘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대표로 재직하던 회사 '머큐리포스트'와 차 감독이 만든 '엔박스에디트'의 관련성도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유은혜, 안민석 의원은 차 감독이 만든 회사로 알려진 '엔박스에디트'와 '머큐리포스트'의 주소가 같은 점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2014년 11~12월 밀라노엑스포 전시영상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은택 감독으로 변경됐고 (이후) 송 원장이 콘진원장에 취임한 뒤 송 원장이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가 밀라노엑스포 영상 제작 하도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송 원장은 "무슨 말씀인지 알지만 그런 문제 없었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산하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명숙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경질 논란도 계속


여명숙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게임물관리위원장)이 지난 6월 갑작스럽게 단장직을 사직한 것이 차 감독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교문위원들이 취임 한 달 만에 경질된 이유를 캐묻자 여 전 단장은 "공연예술 중심인데 게임 관련해 제가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공직자 신분이니까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명령을 받아서 올라갔고 명령을 받아서 내려간 것"이라고 차 감독과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콘진원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여당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콘진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구설에 오를 빌미를 만들고 제공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자체점검하고 문제를 발굴해 시정하려 한다든지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발하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원장이) 소극적으로 하면 의혹이 (있는 인상을) 준다"며 "자체적으로, 선제적으로 밝힐 것을 밝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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