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수익금 신고한 단 한 명의 국회의원 누구?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의정활동 1위 단골'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지영호 기자 l 2014.09.12 08:26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총론(스토리)]


“정치는 애초에 생각도 안했다.”

평생 공직생활만 하는 게 목표였다던 25년차 행정직 공무원이 선거판에 뛰어든 것은 당시 출전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차출’에 의해서였다. 충청남도 행정부지사로 있으면서 모시던 심대평 충남지사의 국회의원 출마 권유를 마다할 수 없었다.

의정활동 1위 ‘단골손님’ 이명수 국회의원(충남 아산)은 이 같은 이유로 18대에 들어 국회에 발을 들였다. 그가 선출직 공무원이 된 것은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4회 시도지사선거에서 낙선한 뒤 삼수 만이다.

이어 19대에서 재선에도 성공했다. 아산의 맹주로 자리잡은 그는 올해 6·4 지방선거에도 도전했다. 그러나 충남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 정진석 후보에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충남부지사로 있는 동안 공직사회의 기본인 ‘청렴’을 강조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지사 부임 이후 인사청탁 받느라 시간을 보냈다”며 “인사청탁할 시간이 있으며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라”고 발언해 공무원의 인사청탁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지역 행정가 출신인 이 의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경험들이 많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현 국무총리실)에서 3년간 안전관리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가 충남 행정부지사로 발령나면서 이 대책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는 “이 때 계획만 충실히 이행했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부지사 재직 시절에는 백제문화권 개발, 안면도 꽃 박람회, 아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로는 학계로 갔다. 건양대와 나사렛대에서 각각 부총장을 지냈다. 이 시기에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금산군수, 충남부지사 등 지자체 행정직과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등 청와대 경험, 재선의 국회의원 생활까지 두루 거친 인물로 현재 입각에도 한 걸음 앞서 있는 인물로 꼽힌다.

[프로필]

△1955년 충남 아산 출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충남도청 행정부지사 △건양대학교 부총장 △나사렛대학교 부총장 △제18대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 △자유선진당 공동대변인 △자유선진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한국온천포럼 대표 △제19대 국회의원(국토교통위-보건복지위)


[키워드-통근 전철]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지역 내에서 출퇴근하는 몇 안되는 국회의원이다. 현장에 가까워야 현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

이렇다보니 충남 아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하루 왕복 이동거리가 200km 이상이다. 보통 승용차를 이용하지만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철도 이용 횟수도 적지 않다.

때때로 책 하나 덜렁 들고 전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어서다. KTX나 새마을호에서는 알아보는 주민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무궁화호나 전철에서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지역 민심이나 생활 불편을 듣는다. 세월호 참사 전까지 정부의 대북관계나 통일정책 평가가 많았고 참사 뒤엔 대통령을 평가하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그는 “이런 이야기로 민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전한다.

입법 아이디어도 현장에서 습득하는 기회로 삼는 편이다. 2012년 발의한 택시지원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아산역과 집을 오가는 동안 들은 내용을 토대로 만들었다. 최근 노인들의 불만을 듣고 전철이나 플랫폼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코레일에 요청한 상태다.

[1호법안-장애인 보장구 지원법, 대표법안-기능직공무원 계급차별방지법]


다방면에서 활약한 이 의원은 생활속에서 법률을 찾는 능력이 남다르다. 그가 국회에 제출한 1호 법안도 나사렛대 부총장 시절 학생들의 불편함을 직접 보고 발의한 ‘노인 및 장애인 보장구(휠체어, 스쿠터 등 장애인 지원장비) 지원법’이다.

한 장애 학생이 고장난 휠체어를 수리하려면 서울에 1주일간 보내야 한다는 사연을 듣고 지역별로 한국인 체형에 맞는 개발센터를 만들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정부가 혜택을 줘 시설 설치가 원활하게 하도록 하고 장애인을 이곳에 고용해 일자리를 늘려주는 ‘일거양득’의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 법은 2012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장애인 단체들의 이권이 걸려있어 법이 통과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그는 “취지가 좋아도 돈이 엮이면 다툼이 생기게 된다”며 “우후죽순의 장애인단체를 통합 관리할 단체가 있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가 꼽는 대표적 법안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기능직공무원의 계급차별을 방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능직공무원은 9급부터 시작하는 일반직공무원과 달리 10급으로 구분해 계급 차별을 받아왔다. 그는 기능직공무원의 시작을 9급으로 격상시켜 전문기능인력의 자긍심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결국 이 법은 2011년 통과돼 공무원노조 등 노동계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연관검색어 및 주변 인물-이완구, 박성효, 심대평]


충청권의 맹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선후배 사이면서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원내대표가 5살 많은 과 2년 선배로 행시는 7회나 앞선다, 이 원내대표가 홍성군에서 경찰로 승승장구했다면 이 의원은 충남도청에서 성장한 케이스.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 원내대표와는 악연이 있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중심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출마해 한나라당 소속 이 원내대표에게 패한 경험이 있다. 이 의원은 “토론할 때 거칠게 공격했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의원은 충청권에세 막강한 세를 과시하는 DS라인(대전고-성균관대)의 한 축이기도 하다. 박성효 전 국회의원과 권선택 현 대전시장 등이 있다. 세명 모두 1955년생 동갑내기다. 학번은 이 의원이 가장 빠르다. 성대 행정학과 73학번이고 박 전 의원과 권 시장이 74학번이다. 세명 다 행시 합격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박성효 전 의원과는 19대에 나란히 입문해 새누리당으로 둥지를 옮기는 등 인연이 깊다. 그러나 박 의원이 곧바로 6·4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국회 내 든든한 절친이 사라졌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DS라인의 든든한 선배로 이 의원이 존경하는 대표적인 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박 의원을 두고 “깨끗한 의정활동과 좋은 균형감각을 본받을 만하다”고 평했다.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시절 정치권으로 끌어내준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의 그늘이 여전히 크다. 심대평 전 지사를 정치적 스승으로 손꼽을 만큼 신뢰감이 두텁다. 2005년 심 지사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탈당할 때도 동반탈당을 선언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심 전 지사의 추천에 힘입어 자민련 아산시 후보로 나선 것이 정치의 첫 발이다. 열린우리당 복기왕 후보에 패했지만 이후 두 번을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

[인생을 변화시킨 소중한 기억]

“내일을 생각하자.” 그가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되뇌인 말이다. 이 의원은 5세 때 심장질환을 앓으시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자신이 당장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떳떳한 아들이 되기 위한 미래를 위해 갈고 닦았다.

학창시절 어머니의 부재가 꿈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면 대학 시절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이야기는 국회의원 생활의 모토가 됐다.

사연은 이렇다.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양봉을 해서 얻은 수익으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노총각의 사연이 라디오에 소개됐다. 그러자 ‘이 벌치기의 눈이 되어주겠노라’며 한 여성이 그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결혼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 여성은 벌치기의 아이 3명을 낳고 세상을 먼저 떠났다. 남자는 애를 셋 키우면서도 양봉일을 놓지 않았다. 이미 책으로도 출간된 거짓 같지만 실제 벌어진 동화같은 이야기다.

이 의원은 2004년 아산시장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만난 유권자로부터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광호 씨를 소개받게 되고 그가 사는 곳를 직접 찾아가면서 인연을 쌓았다. 낙선 이후 몇 번 더 만나면서 그가 재배한 꿀을 주문해서 팔아줬던 기억이 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배운 것도 없고 물려받은 것도 없는 사람도 이렇게 봉사하는데 내가 왜 못하느냐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고 했다. 청년과 장년 이 의원에 영향을 준 두 사람이다.

[요 주의!-안희정 넘어야, 엄격한 원칙주의가 반전 가져올 수도]

아산과 충남의 이명수인 것은 알겠는데 대한민국의 이명수인지는 모르겠다. 지역 기반으로 성장해야 중앙정치에 힘을 싣게 되는 구조지만 너무 지역에 매몰돼 있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충남지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는 거물급으로 성장한 안희정 현 지사를 넘어서야 하는 고충도 있다.

이름을 떠올릴 법한 ‘무언가’가 없다. 뛰어난 행정력에 비해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2005년 충남 아산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중당적’ 논란에 휩싸인 것도 훗날 당내 경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이 의원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당적을 많이 바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인 ‘윤리’와 의정활동 능력은 톱클래스다. 지난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300명의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신고했을 정도다. 그것도 기껏(?)해야 두 번에 걸쳐 3500만원과 5000만원이 전부다. 올해 머니투데이 ‘the300’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이 뽑은 의정활동 의원 1위에 당당히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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