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모금에 성낸 박병원 경총 회장 "대기업들 발목 비틀어서…"

[the300]"기가 막힌 일…부결하면 안된다고 해서 부결 못하고 왔다"

지영호 기자 l 2016.10.10 14:37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공정한 임금체계'를 강조하며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과제"라고 밝혔다. 2016.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미르재단에 강제모금을 했다며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에 참석해 "포스코 이사회에서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며 "(정부가)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을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따져 물었더니 이미 재단법인을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커창이 한중간에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를 하면서 뭔가가 됐을 것"이라며 "그것(한중간 문화예술교류)을 서포트 하는 수단으로 이것(미르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미 이사회의 추인만 원하는 것이지 이사회에서 부결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 하고 왔다"며 자신이 거수기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이것은 문화부가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아마 외교부가 하는데 문화부가 적절하게 개입을 못 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정상적으로 하면 우리 문예진흥기금으로 그 돈을 주면서 한중간에 문화예술활성화 사업을 따로 만들어서 여기에서 하라는 식으로 일을 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재단을 다 만든 모양입니다만 우리 문화예술위원회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시비는 한번 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박 회장과 박명진 문예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선뜻 나서기를 주저했다. 박 회장은 박 위원장의 "위원님이 시비를 한번 걸어주시면"이라는 말에 "어디까지나 위원장님의 이름으로"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기에 문화부가 이런 것을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고, 혹시 문화부가 알았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회장은 문예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진행한 것은 효율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단법인을 새로 하나 만들려면 그 자체의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며, 거기에 이사회를 두면 경비의 손실이 굉장히 크다"며 "그냥 우리한테 맡겨 주면 추가로 아무런 비용이 안 들고, 소위 간접비용의 손실 없이 고스란히 국제문화예술교류사업에 쓸 수 있을 텐데 괜히 간접비용이 엄청 들어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박명진 위원장도 "저는 그게 메세나와 겹친다고 생각했다"며 "메세나가 있는데 이것을 왜 따로 만들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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