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속기록]조현룡 "경제민주화가 뭐요 지금"…당시 발언 보니

[the300]’경제민주화‘, ’일감 몰아주기‘ 논리로 철도건설법 통과시켜

지영호 기자 l 2014.08.12 16:06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여야가 철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경남 의령·함안·합천)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조 의원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조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시절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철도시설 부품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모두 1억6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조 의원은 공단 내부규정을 어기고 사업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 회사에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삼표이앤씨를 지원하는 법안을 내놓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4월 발의된 철도건설법 일부 개정안이다. 이 법은 철도건설 시 발주처가 통합발주 대신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건축·전기·정보통신 뿐 아니라 궤도·신호 등을 분리발주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통합발주는 사업을 일괄수주한 종합건설업체(대형사)가 전문기업에 하청을 주는 방식인 반면 분리발주는 대형사를 제외시키고 분야별 전문기업에 직접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는 분리발주 시 수주한 전문기업의 수익은 통합발주에 따른 하청 때보다 15~30%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정안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조 의원과 유착 의혹이 있는 삼표이앤씨가 이득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삼표이앤씨는 분리발주 영역에 새롭게 포함된 궤도 분야 1위 업체다.

서울 종로구 삼표이앤씨 사무실 입구.

하지만 철도건설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열린 국토교통부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는 조 의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 철폐’를 화두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전문위원을 몰아붙였다.

“지금 현재 경제민주화가 뭐요?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그것 막자고 하는 것 아니야, 그렇지요? (중략) 전문위원은 뭘 ‘신중히’ 이런 말을 하고 있어? 제대로 내용 좀 파악하고 이야기를 해야지.”-조 의원

조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을 거치면서 쌓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가 뭐요, 지금? 일감 몰아주고 단가 후려치는 것을 막자고 하는 것인데 내가 그것을 지금 법안을 내놨는데, 그것도 철도공사에만 한정해서 내가 만들어 냈는데 내용을 현실적으로 가서 현장도 조사 좀 해 보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도 봐야 되지. 자료만 받아 가지고……”-조 의원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이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발주자 계약자유 원칙과 공기지연, 공사비 증가, 하자 책임, 안전성 저하 등을 이유로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건설공사는 통합발주를 유도하는 게 저희 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공사 자체를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통합발주를 원칙으로 하는 건설정책상에 어긋난다는 그런 의견이 건설 담당 부서로부터 강하게 제기가 되어 있다.”-국토부 철도국장 김경욱

“지난번 통합발주와 분리발주의 장단점을 비교했지만 이번에 국정과제로 분리발주 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는 (의견이다)”-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기본적인 입장은 분리발주 의무화는 수용이 곤란하다. 분리발주 의무화는 발주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그런 측면이 있고…(중략) '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해 가지고 실제 일의 특성에 따라서 진행을 하면 되지 않을까“-국토부 제2차관 여형구


결국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국토부 입장을 반영해 건축·궤도·전기·신호·정보통신 등 5가지 영역에 대해 '분리발주를 할 수 있다'로 수정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국토위 전체소위에서 같은 여당 출신 심재철 의원은 “분리발주와 통합발주 문제보다 하청과 재해청의 문제”라며 기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소수 반대의견에 그쳤다. 


이 법안은 이후 더 이상의 논의 없이 지난해 6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인원 220인 중 찬성 170인, 반대 16인, 기권 34인으로 가결됐다. 이후 8월6일 공포돼 6개월 뒤인 올해 2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궤도 분야의 분리발주 길이 열리면서 철도공사 하청업체인 삼표이앤씨의 직접수주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지난해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조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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