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대선후보들, 분권형 개헌 공약해야"

[the300]싱크탱크 출범, 고문단에 중도보수 원로들…野 대표들만 축사

김성휘 기자 l 2016.05.26 17:19
퇴임을 앞둔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5.25/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이 26일 국회에서 창립기념식을 갖고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와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 의장은 대선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이 싱크탱크는 그의 대선 전초기지라는 평가가 꾸준히 나온다. 제3지대 세력화를 의식한 듯 새누리당에선 냉담했지만 야권은 당대표들이 기념식에 참석, 대조를 이뤘다.

'비전' 이사장을 맡은 정 의장은 인삿말에서 "지금 우리 정치는 진영논리에 따라 극단으로 갈라지고, 속에서부터 썩어간다"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대통령 5년 단임제도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 대선에선 모든 후보들이 가능한 취임 1년 뒤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할 것을 공약하고 정당들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이 직접 내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그러나 "내년 대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려고 하는 것"이라며 "세월이 지나면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과 퇴임후 행보를 함께할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기조연설 '10년 후 우리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에서 4.13 총선 결과가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다당제 연합의 정치로 가려면 정치세력의 창조적 분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도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비전'을 설립하는 명분으로는 숙의와 조정의 정치를 위해 싱크탱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싱크탱크는 16명의 고문단, 자문위원·기획위원 등으로 출발했다. 정 의장이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치겠다"고 말한 것처럼 여야를 아우른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가 고문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문위원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수도권 비박' 김용태 의원, 국회를 떠나는 비례대표인 신의진·문정림·박윤옥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념식에도 여당 지도부의 축사가 없었다. 정 의장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마침 같은 시간에 일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이 지난 2년 임기동안 존재감을 높일수록 친박 측에선 불편한 기류가 강해졌다.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의장 임기중 '친정'을 돕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다. 정 의장이 '새누리'라는 식별표보다 제3지대 세력화를 추진하려 하는 것도 새누리당으로선 달갑지 않다. 새누리당은 유력 대선주자가 떠오르지 않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는 실정이다. 정 의장도 20대총선 공천 과정 등 새누리당에 비판적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경제발전도 민주주의도 어렵다"며 "정 의장이 연구소를 잘 운영해 국가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덕담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보수-진보를 넘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열겠다"며 "새한국의 비전은 표현은 다를지 몰라도 그런 정치를 개척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 측은 이날 기념식에 800명 이상 참석한 걸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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