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레터]'실검1위' 최성과 유혈축구

[the300]안희정·이재명에 도 넘은 태클, 安 "같은 당 동지한테…"

이재원 기자 l 2017.03.16 16:28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최성 고양시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017.3.14/뉴스1

축구는 꽤 거친 경기다. 어느정도는 '파이팅'이 있어야 즐기는 맛도 난다. 그래도 정도껏 해야 한다. 스파이크가 다 드러나도록 발을 들어올려 깊이 태클을 넣으면 '재미'를 넘어 '사고'가 난다. 유혈 낭자한 경기는 골수팬도 등을 돌린다.

16일까지 세차례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의 최대 수혜자로 최성 고양시장이 꼽힌다. 대형 후보들에게 '쫄지 않고' 거침없이 쏘는 스타일 덕일까. 토론이 진행중일 땐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에 오르내린다.

최 시장은 4명 중 4위 주자, 도박사들이 베팅한다면 배당률이 치솟을 것이다. 선출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 화제를 뿌린다. 이만하면 성공이다. 각종 준비자금, 선거 기탁금 등 이미 들였거나 앞으로 들여야 할 돈을 따져봐도 대선출마 효과는 톡톡히 봤다.

동시에 그늘도 짙어졌다. 피를 보는 '유혈축구' 방식 탓이 크다. 최 시장은 14일 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과 등을 거론했다. 이 시장에게는 음주운전 전과와 논문 표절 논란을 물었다. 토론회에서 의혹제기가 빠질 순 없다. 그러나 새로운 의혹도 아니고 법적 처리까지 끝난 사안이다. 

검증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따졌어야 한다. 그러나 최 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 칼을 빼진 않는다. "문재인의 호위무사냐"라는 말을 토론 시청자에게 들을 정도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날 최 시장의 토론에 대해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고약한 방식이었다고 보는 이유다.

안 지사는 당시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장도 "젊은 시절의 음주운전은 제 잘못이고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불쾌감이 묻어났다.

반면 최 시장 자신의 대통령 비전과 공약설명은 빈약하다.  준비된 통일대통령임을 강조하는 근거는 김대중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다는 것 정도다. 그는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을 말하지 않는다. 지도자, 대한민국을 말하는 다른 세 후보와 달리 그는 다른 후보들만 얘기한다.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경선때 말했던 '월드컵론'이 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경쟁자들에게 "당 밖의 주자들은 월드컵에 먼저 가 있는데 우리 당 대표 주자는 국내 선발전에서 무례한 플레이, 거친 플레이에 부상당할 지경"이라며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의 문 전 대표 또한 최 시장에게 동료선수로서 페어플레이를 요구해야 한다.

17일 또 한 번 토론회가 열린다. 도를 넘어선 반칙은 레드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우리편'을 태클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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