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대선공약집, 승패에 영향 못준다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11)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02 08:35

편집자주 "권력을 잡는 건 언제나 소수파다"? 돌직구, 전략가, 엔터테이너... 수많은 수식어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정두언 전 의원이 흔한 정치상식을 깨는 신선한 관점을 머니투데이 the300을 통해 전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07년 9월30일 서울 청계천을 방문했다./사진=뉴시스


11. 대선공약집은 선거 승패에 별 영향을 못준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중도 사퇴한 후 미국에서 지내다 귀국한 MB는 2001년 가을 한나라당에 국가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미래분과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복귀했다. 관료적인 발상에서 만든 국가혁신위원회는 이름은 거창했지만 사실 이회창의 대통령 당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동원해 국가혁신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늘 그렇듯이 큰 선거에서의 승부는 담론적 이슈 한 두 개를 누가 내놓느냐에 따라 갈린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선거에서 종합대책성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승부를 거는 일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 

MB가 서울시장 선거 때 내놓은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는 선거 판세를 결정지은 위닝샷(Winning shot)으로서 전형적인 담론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서 대형 이슈를 주도한다는 것은 판을 장악하는 것이다.

담론적 이슈는 반드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여야 한다.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걸 뜻한다. 청계천 복원은 주변 상인들과 언론, 지식인 등 무수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반해 ‘일자리 창출’ 류의 공약은 선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방도 당연히 내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두언 전 의원/사진=머니투데이

노무현은 선거 막판까지 열세를 이어가다가 투표를 눈 앞에 두고 ‘수도 이전’이라는 이슈를 승부수로 던졌다. 이회창측은 이를 덥썹 받아 물었다. 수도이전은 말도 안 되는 급조된 공약이라며 조목조목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에 나선 것이다. 

졸지에 수도이전 문제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담론적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은 선거판을 장악하고 주도해 나갔다. 더구나 정몽준과의 연대에 이어 호남과 충청권의 연대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알다시피 트럼프는 불법이민자 추방이라는 논쟁적 이슈를 가지고 선거판을 시종일관 주도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힐러리가 대선에서 무엇을 내걸었는지 잘 모른다. 다만,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만 한 것으로 기억할 뿐이다. 선거에서 지고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아,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만 할 게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담론적 이슈를 나도 던졌어야 했구나’ 하는 회한만 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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