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MB 대선승리는 풍수 덕 좀 봤을까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22)풍수지리에 약하지 않은 위인은 없다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23 04:17

일년 중에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이자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린 20일 오전 서울 경복궁과 청와대 일대에 눈이 쌓여 있다. 2017.1.20/뉴스1

22. 풍수지리에 약하지 않은 위인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여유를 찾은 MB(이명박 대통령)는 안국포럼 준비에 들어갔다.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이었다. 안국포럼 사무실은 조계사 앞 안국동에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사무실을 구하는데 풍수지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풍수지리는 종교가 무엇이든 신앙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당시에 풍수가가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정병국, 정태근, 최시중 등이 제 각각 풍수가를 데려와 사무실 자리를 두고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 갑론을박했다. 나중에 이노근까지 등장했다. 그때 이노근은 종로구 부구청장을 하고 쉬고 있었다. 

이노근은 자신이 풍수지리를 많이 공부했다며 북악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인왕산이 있고 왼쪽에는 낙산이 있는데 풍수적으로 봤을 때 인왕산은 바위산이라 기가 세고 낙산 쪽은 온유하고 부드럽다고 했다. 북악산에서 남쪽으로 봤을 때 오른쪽에 살던 최형우, 김현철, 이종찬, 이회창 등을 예로 들며 (그들이) 다 실패했고, 낙산 쪽에 살던 노무현, 고건 등을 예로 들며 무난하다고 했다.

원래 유력하게 거론됐던 사무실은 광화문 동화면세점 건물이었다. 교통도 좋고 위치도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노근은 거기도 북악산에서 봤을 때 오른쪽이라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신한은행 빌딩에 사무실을 얻었다. 원래 이곳은 사무실로 쓰기에는 매우 한산한 자리였다. 하여간 이런 우여곡절 끝에 안국포럼이 생겼다.

사무실만이 아니라 MB가 살 집도 새로 구해야 했다. 여기에도 풍수가 작용했다. 풍수적으로 좋은 집을 찾기 위해 혜화동부터 가회동까지 집들을 다 뒤졌다. 집을 구하기까지 엄청 말들이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풍수가들마다 말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가회동 한옥집으로 정했다. 주인은 인사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원래 그곳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려고 사두었던 집이다. 그런데 MB가 들어온다니 원하는 대로 수리까지 해주고 세를 내주었다. MB는 대통령에 당선이 된 뒤 이 집을 나와 청와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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