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관료 못다루는 대통령을 뽑으면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14)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09 15:11

편집자주 "권력을 잡는 건 언제나 소수파다"? 돌직구, 전략가, 엔터테이너... 수많은 수식어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정두언 전 의원이 흔한 정치상식을 깨는 신선한 관점을 머니투데이 the300을 통해 전합니다.

정두언 전 의원/사진=머니투데이


14. 정권의 성공은 관료집단 관리능력에 좌우.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절 이미 사회권력이 국가권력을 능가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권력뿐만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해방 후 지금까지 국가사회를 이끌어온 엘리트 집단을 유형별로 보면 크게 식민지 지식인 엘리트(양반사대부 후예들)→ 군부엘리트→ 관료엘리트→ 기업엘리트 등으로 변천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힘과 능력 모두에서 기업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민간엘리트 세력에게 현저하게 밀리는 관료엘리트가 아직도 무리하게 기득권을 유지한 채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국민대 김병준 교수는 그의 역저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에서 그런 문제를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가지도자에게는 도덕성이나 민주성 등의 덕목도 중요하지만, ‘퍼머넌트 가번먼트(Permanent Government)’로서 정부에서 실질적인 갑의 지위에 있는 관료집단을 여하히 변모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가가 제일 필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는 장관들 뿐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소위 기간제 임시직으로서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할 뿐, 결국은 관료사회가 나라의 주인으로서 실질적인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재계-지식인-정치인-법조인-언론인-귀족노조 등으로 엮어진 우리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온존 내지 확대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관료출신이지만 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 주로 만나서 어울리는 사람들이 어떤 부류의 누구들인지, 또 그들이 퇴임 후 어디로 진출해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힘을 보장받는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만사형통’의 기득권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그렇다고 국가지도자가 관료들을 백안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관료들을 데리고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을 적절히 변화시키고 관리해서 즉 잘 활용해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소위 87체제 이후 역대 정부가 모두 실패로 끝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관료집단의 이해부족 또는 활용실패 등에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임제 대통령들은 모두가 예외 없이 관료집단을 불신함으로써 주로 법조인, 교수, 언론인 등을 중용하여 나라 일을 맡겼으나 국정운영이 제대로 된 적이 거의 없지 않았는가. 국정운영에 대한 모든 정보, 기술, 노하우, 네트워크 등을 독점하고 있는 관료집단을 불신 또는 백안시 하며 일을 하니 무슨 일이든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어느 정권이든 임기 후반부에 가면 결국 관료들이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복귀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관료사회를 잘 통제하며 국정을 이끌어 갔다는 면에서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탁월했다고 보여지며,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의외(?)이지만 관료집단을 잘 관리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싶다. 되풀이해서 말하건대 국가지도자는 관료집단을 불신 내지 백안시해서는 안 되고 그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게 대통령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지도자를 뽑을 때 이런 능력 또는 덕목은 전혀 보지도 않고, 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기껏 뽑아놓고는 늘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병준 교수가 국무총리 내정자이던 지난해 11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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