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백해무익한 인수위원회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15)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11 14:01
정두언 전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탈당파 '고백,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6.12.19/뉴스1


15. 백해무익한 정권인수위원회.

나는 평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한마디로 인수위원회는 백해무익한 기구이다. 

소위 87년 체제 이후 단임정권이 되면서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인수위가 꾸려졌다. 인수위는 대통령이 당선된 후 항상 난리법석을 피우는 곳이다. 그러다가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는 새로 조각을 하고 장관들은 업무 계획을 세워서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수위는 뭐하는 곳인가? 인수위가 실질적으로 새 정부에 업무를 인수인계한 경우가 있나? 

예를 들어 인수위에서 안을 만들었으면 누군가 끝까지 챙겨야 하는데 인수위가 끝나면 그 안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물론 일부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인수위에 있던 사람이 내각에 들어가는 경우에 한해서다. 한마디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인수위가 두어 달 동안 난리만 치다보니, 시작 전에 오히려 정부를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다. 거기서 온갖 흠집이 나고, 실수가 나온다. 정권 시작 전부터 볼썽사나운 촌극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인수위는 백해무익하다.

인수위는 실무적으로 인수만 해야 한다. 그 다음 정부에서 일 할 사람에게 통상적인 업무를 인수인계 하는 것 말이다. 인수위와 정부가 같이 갈 것이 아니라면 인수위원도 임명하지 않아야 한다. 임명하더라도 인수위원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고 팀장이라고 해서 실무적으로만 하면 된다. 인수위원장은 당연히 총리 내정자가 해야 하며, 대선 직후 이미 조각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 팀들이 암암리에 준비하고, 내각에 들어가서 인수위에서 준비한 안을 가지고 정부를 운영하면 된다. 왜 내각에 들어가지도 않을 사람들이 난리를 치고 그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선거 캠프에는 주로 뚜렷한 자기 일이 없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일에 바쁜 사람들이 캠프에 올 여유가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이 캠프에 있다가 다 인수위에 들어와 위세를 과시하고, 공무원들은 그 사람들 눈치 보느라 찍 소리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사람들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다. 모든 민원, 청탁, 인사, 관심이 대통령 당선자에게 몰린다. 그러니까 과시하고 싶어진다. 이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인수위 과정이다.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도 ‘나도 이제 측근이다, 실세다’ 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하는 장이 되어버린다. 그런 것을 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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