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지역감정은 '80년 광주' 때문일까

[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19)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l 2017.01.20 17:48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아 추모 사진전이 오는 2016년 11월1일부터 30일까지 경남 거제에서 열렸다. 1987년 대선에서 유세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2016.10.21. (사진=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공)

/뉴시스


19. 광주항쟁으로 지역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사회병폐 중 1위가 무엇인가? 지역감정이 정답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이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너무도 당연한 얘기라서 그런지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사실 모두가 그냥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역감정이 왜 나쁜지 얘기하자면 논문 한편으로도 모자라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지역감정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불가사리 같은 괴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돌아가신 아버지는 내가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어야 제가 잘 될 수 있어요. 이회창이 안 되면 저 직장에서 잘릴지도 몰라요’ 했더니, ‘네가 잘리든 말든 상관없다. 난 김대중이다!’ 하셨다. 

세상에! 우리 아버지에게는 자식 잘되는 것보다 지역감정이 더 중요하셨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지역감정은 분명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괴물이다.

그런 지역감정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중요한 문제라 하겠지만, 언제 최고조에 달했는지 즉 언제 무슨 일로 우리사회의 지역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감정 문제는 아직도 여전히 그 해결책이 난망이긴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면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흔히 사람들은 광주민중항쟁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이 최고로 악화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비록 중선거구제였지만 광주항쟁 이후에도 호남에서는 민정당 후보가 당선이 되었으며, 민주당 계열의 지지세가 지금처럼 압도적이지 않았다. 물론 권위주의 시절이라는 시대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호남에서 민주당계열에 대한 지지율이 90% 이상을 넘어서게 된 것은 분명히 3당합당 이후부터이다. 즉 호남을 근거로 한 김대중의 평민당을 정치권에서 소위 왕따시킨 3당합당을 계기로 영호남 대결구도 및 지역감정 악화가 최고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영삼 정부를 최초의 문민정부라 부른다.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에서 의미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문민정부는 우리사회의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최악으로 만든 토대위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역대 정부의 공과를 따질 때 김영삼 정부의 공과도 이것저것 나열하며 평가하는 걸 본다. 

하지만 나는 김영삼정권이 지역감정을 최악으로 만들고 탄생한 정권이란 평가를 본 적이 없다. 이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지역감정문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는 지역감정 해소책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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