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고 간판 내리는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the300]"할만큼 했다"…국정원 자료 제출 거부에 진실규명 실패, 제도개선은 시간 촉박

황보람 기자 l 2015.08.17 12:03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뉴스1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시킨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위원장 안철수)'가 사실상 활동종료 시점 '눈치보기'에 들어섰다. 당초 진실규명과 제도개선, 국민안심 등 3가지 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위원회가 3박자 모두 엇박을 내고 간판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인 나온다.


17일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당초 이날로 예정했던 국정원 제도개선 관련 2차 세미나를 뒤로 미뤘다. 위원회 관계자는 "세미나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오늘 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국정원 제도개선을 위한 1차 세미나를 갖고, 총 3차례 관련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2차 세미나는 당초 오늘로 예정됐었다.


당시 안철수 위원장은 세미나에서 "디지털 사건에서 로그파일은 항공기 사고의 블랙박스와 같다"며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서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하면 저는 주식 백지신탁하고 정보위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국정원은 자료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위원회 차원을 넘어 당 차원에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국정원과 그 비호 세력에게는 정치적·법률적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RCS(Remote control system·원격제어장치)의 도입부터 활용까지 기록된 로그파일 4년치를 입수하지 못하는 한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야당 정보위에서는 국정원이 2013년 서버를 교체하면서 일부 자료가 유실된 점이 확인된 만큼 로그파일이 온전할리 없다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4년치 로그파일을 확보하더라도 자료가 삭제·편집됐다는 의혹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꼬투리 잡힐 것이 뻔한 진실공방에 국정원이 자료를 내놓을리도 만무하다.


또 "당 차원에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안 위원장의 말은 '진실규명'에 있어서는 사실상 위원회 활동을 접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안 위원장의 표현은 '진상규명'을 위원회 차원이 아닌 검찰이나 법원의 손에 넘겼다는 뜻으로 읽힌다. 위원회 측은 두차례에 걸쳐 국정원 해킹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제도개선'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야당에서는 제도 개선책을 내놓고 공세에 들어갔지만 여당이 협의에 나서지 않는 한 사실상 법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미나에서 위원회 측은 △국정원의 내국인 대상 정보활동 제한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대상 관리 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새정치연합 측은 정보위 내에 국정원 제도개혁소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여당에 요청할지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국정원 제도개선 시도들을 볼 때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2년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댓글 개입 사건 때에도 국정원을 개혁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논의가 이뤄진 법안은 없었다.


또 당시 국회에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위원회 혹은 새정치연합에서 국정원 해킹 사건을 계기로 발의한 법안 또한 전무하다. 한 야당 의원실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불법 도청 장치로 명시하는 내용 등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마련돼 실제 논의에 들어갈 경우 오히려 국정원 휴대전화 감청 허용 관련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야당 측이 법안을 제출하길 꺼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스파이웨어 등 소프트웨어 또한 불법 도·감청 장비로 법에 적시하고 국정원의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내용 등 통비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에 나설 경우 두 가지 내용이 함께 병합심사될 수 밖에 없어 휴대전화 감청 허용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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