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연정, 더 치열해진 민주당 토론 文-安에 공세집중(종합)

[the300]"文, 적폐인사도 영입"-"安 대연정 잘못"…'제왕적대통령' 해결엔 공감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이재원 기자,이건희 기자 l 2017.03.19 12:10
문재인(왼쪽부터), 안희정, 최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회'에서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017.3.19/뉴스1



더 치열해졌다. 더 깊어졌다. 9일 KBS TV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 벌써 5번째 합동토론이다. 후보들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빙 둘러앉았다. 카메라를 보고 일렬로 앉은 게 아니다. 그래선지 토론은 이전보다 더 치열했다. 이슈가 터지자 얼굴을 마주보며 열띤 공방이 오갔다. 손짓도 커졌다. 표정은 다들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올라가기도 했다. 

핵심 주제는 반복됐다. 가장 앞선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게 자문그룹 논란 등 공세가 집중됐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공약까지 '문재인-안희정' 두 사람에게 이슈가 집중됐다. 같은 주제로 여러 번 토론하다보니 공략 포인트는 보다 디테일해졌다.

◇"文 자문그룹에 적폐세력 있어" vs "강물 모여야"=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1000명이 넘는 자문그룹을 해산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적폐의 뿌리인 재벌세력들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전 대표 근처에 몰려든다. 김광두 같은 그런 분들"이라고 했다.

안 지사도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실질적으로 적폐세력을 죄다 받아들인다"며 "(남이 하면 나쁘고) 내가 하면 다 개혁적이라는 것인가"라며 이 시장을 거들었다. 또 문 전 대표가 지나치게 큰 조직을 꾸려 정당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뛰어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강물과 바다'로 반박했다. 정권교체는 강물이 흘러서 바다에 도달하는 것과 같고 지금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이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도도한 큰 강물을 이뤄서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게 정권교체"라며 "자기 물로만 가면 끝까지 시냇물밖에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진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라면 저는 함께 힘을 모아나가 정권교체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지적에는 "협치와 연정은 다르다. 연정은 장관직도 나누고, 정부 공동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저의 정책공약이 민주당 당론에 위배되는 것 없다"며 "오히려 안 지사의 국민안식년제,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공약 등이 당론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정의당=과반 가능" vs "정권잡고 보자는 식, 안돼"=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한 논쟁도 깊어졌다. 문 전 대표는 "대연정을 말하는 시기가 잘못됐다"며 "(선거를 하는) 이 시기에 민주당이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하지 않고, '연정을 할테니 밀어주십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선 "정권교체 방법에 차이가 있어 갈라진 것이라 자연스레 통합될 것"이라고 했고 정의당에 대해서도 정책연대가 가능하다고 봤다. 즉 의회 과반이 되므로 굳이 자유한국당을 고려한 대연정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안 지사는 의회에서 새 법을 만들어서 개혁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적폐라고 하는 것이 법이 없어서 생겼나"라며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운영 안 한 것이 문제"라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안 지사는 그러나 "두 달 뒤 대통령이 되면 현재 위기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질지 지금부터 얘기해야 하는데, '우선 정권을 잡고 나서 보자'는 식으로는 다음 정부를 이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한국당까지 포함해서 현재 여소야대 의회와 대화할 준비를 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분노만 나열하고 한국당에 대한 미움으로 본인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청년, 복지 구명보트 아니라 일자리 '풀장' 필요"= 한편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 해결에 뜻을 모았다. 다만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안 지사는 "대통령보다도 힘있게 자기 얘기를 정확하게 하는 존재가 곳곳에 있으면 제왕적 대통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당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시도지사와 수평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국정원 검찰 등을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면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의 각종 정부인사 관련 "역대 정부 중 가장 인사검증을 깐깐하게 한 게 참여정부이고 그 민정수석이 바로 저였다"며 집권하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청년들에겐 (복지)구명보트가 아니라 풀장이 필요하다. 일자리라는 풀장이 없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과거 인터뷰에서 타이타닉호에서 구명보트에 타는 순서대로 복지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며 청년에 대한 복지를 후순위로 거론하지 않았느냐는 방청석 질문에 대해서다. 안 지사는 "청년들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문재인 전 대표 '광화문 대통령', 안희정 충남지사 '대화', 이재명 성남시장 '개혁 대통령'으로 각각 답했다. 

각자 '인생의 사진'을 가지고 나오는 코너도 있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특전사 복무시절 사진, 안 지사는 5·18 민주화운동 사진, 이 시장은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들고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안보관, 안 지사는 야권 선명성, 이 시장은 가정사 구설수라는 각각의 약점을 만회할 수 있는 장면으로 골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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